함께 할 찬송
- 새 찬송가 213장, 나의 생명 드리니
- 새 찬송가 461장, 십자가를 질 수 있나
서론: 우리 삶의 먼지를 아시는 주님
어제 우리는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애타는 마음으로 "나는 빛으로 세상에 왔다"(요 12:46)라고 외치셨다는 사실을 보았습니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 예수님은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하시기 위해 애타는 심정으로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외치셨던 것입니다. 오늘 말씀은, 특별히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겸손과 섬김의 주님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이 새벽, 여러분의 '발'은 어떤 상태입니까? 하루 종일 딱딱한 구두 속에서, 혹은 분주한 일터의 현장에서 우리의 무게를 온전히 지탱해 온 발은 늘 피곤에 절어 있습니다. 퇴근 후 양말을 벗었을 때 느껴지는 그 눅눅함과 냄새는, 우리가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지쳐 있고 냄새 나는 나의 발은 누군가에게 내보이기 가장 부끄럽고 추한 부분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화려한 겉모습과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정작 우리 삶의 가장 낮은 곳에 쌓인 먼지와 허물은 깊이 감추고 싶어 합니다.
본론: 낮아짐으로 완성하신 사랑의 드라마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이 거대한 반환점을 도는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12장까지가 세상을 향한 외침이었다면, 이제 13장부터는 '자기 사람들'을 향한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깊은 사랑의 고백이 시작됩니다.
유월절 전날 밤,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공포가 눈앞에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제자들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인 '발'에 주목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예수님께서 허리에 두르신 수건을 통해, 우리 영혼의 묵은 때를 씻기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만나고자 합니다.
1.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사랑
예수님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을 아셨습니다. 이 긴박한 운명의 시간 앞에서 성경은 놀라운 선언을 합니다. 1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 요한복음 13: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여기서 '끝까지'에 해당하는 헬라어 '에이스 텔로스(εἰς τέλος)'는 시간적인 마지막(end)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서는 원래 의미에서 더 나아가 '완성된 상태', 혹은 '최고의 사랑(to the uttermost)'을 뜻합니다. 즉, 주님의 사랑은 우리가 더 이상 사랑받을 자격이 없을 때조차, 그 사랑의 용량을 조금도 줄이지 않고 최대치로 쏟아부으시는 '질적인 완전함'을 의미합니다.
특히 2절과 3절은 신학적 대조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마귀가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고, 예수님은 성부 하나님께서 모든 권세를 자기 손에 맡기셨음을 아셨습니다. 우주의 통치권을 손에 쥐신 그 순간, 주님이 하신 일은 심판이 아니라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일'이었습니다.
배신자 유다의 발까지 씻기신 이 사랑은,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겸손의 절정에 대해 보여 주시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주님은 가장 높은 권위의 자리에서 가장 낮은 종의 수건을 선택하셨습니다.
2. 대속의 칭의와 매일의 성화
식사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주님의 행동은, 하늘 영광의 옷을 벗고 인간의 몸을 입으신 '성육신'의 축소판과 갈습니다. 당황한 베드로가 자신의 발은 절대로 씻기지 못한다고 항변하자, 주님은 구원론의 핵심이 담긴 말씀을 주십니다. 8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 요한복음 13:8, 베드로가 이르되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씻음의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10절에 사용된 '목욕한 자'의 헬라어 '루오(λούω)'와 '발을 씻다'의 '니프토(νίπτω)'입니다.
'루오(λούω)'는 온몸을 통째로 씻는 것을 의미하며, 신학적으로는 그리스도의 보혈로 단번에 죄 사함을 받고 의롭다 함을 얻는 '칭의(Justification)'를 상징합니다. 반면 '니프토(니프토(νίπτω)'는 신체의 일부분을 씻는 행위로, 이미 구원받은 성도가 세상을 살아가며 짓는 일상의 죄들을 매일 자백하며 정결함을 유지하는 '성화(Sanctification)'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이미 목욕했다"고 선언하십니다. 주 예수의 보혈로 깨끗하게 씻음 받아 구원을 선물로 받은 우리의 근본적인 신분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발에 묻은 흙먼지, 즉 우리 마음속에 불쑥 솟아오르는 미움과 시기, 탐욕을 매일 씻어내지 않으면 주님과의 '상관(μέρος, 메로스, 사귐/관계)'이 깨어집니다. 오늘 이 새벽에 우리 영혼의 발을 주님께 내어드립시다. 이 새벽에 우리 주님과의 막힌 담을 허물고 친밀함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3. 서로 발을 씻기는 '본'을 따르는 삶
제자들의 발을 다 씻기신 후 예수님은 다시 옷을 입고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주께서 다시 옷을 입으셨다는 것은, 주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셔서 만유의 주(Lord)가 되실 그리스도의 위엄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14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 요한복음 13: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여기서 주님이 제시하신 '본'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휘포데이그마(ὑπόδειγμα)'입니다. '본'이라는 것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건축가가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설계도' 혹은 '모형'을 뜻합니다. 즉,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예수님이 그려놓으신 섬김의 설계도대로 지어져야 하는 집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주님은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17절)고 결론지으십니다. '알다'와 '행하다' 사이의 거리가 신앙의 성숙도를 결정합니다. 머리로만 아는 겸손은 교만을 낳지만, 수건을 두르고 형제의 아픔을 닦아주는 실천은 하늘의 평안을 가져옵니다. 남의 발에 묻은 먼지를 비난하기보다, 내가 먼저 허리를 굽혀 그 먼지를 닦아주는 공동체가 될 때, 세상은 우리를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게 될 것입니다.
결론: 수건을 두른 성도의 하루
성도 여러분,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라는 거대한 수건을 허리에 두르셨습니다. 그분은 우리 영혼의 가장 더러운 오물까지도 당신의 보혈로 씻어내셨습니다. 이제 그 은혜를 입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돌아갈 삶의 현장인 가정과 직장은, 누군가의 발을 씻겨주어야 할 '세족식의 현장'입니다. 나를 무시하는 동료의 발을 씻기고, 고집 피우는 자녀의 발을 씻기며, 지친 배우자의 발을 사랑의 수건으로 닦아주십시오. 내가 먼저 낮아질 때, 우리를 높이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 새벽, 성령님께서 우리에게 섬길 수 있는 용기와 사랑을 부어주시길 간구합시다. "주님, 제가 오늘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주님의 본을 따르는 작은 예수가 되게 하옵소서." 이 고백이 여러분의 오늘 하루를 가장 복되게 만들 것입니다. 성령의 능력 안에서 이 섬김의 복을 누리시는 모든 성도님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사랑의 주님,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씻기신 그 겸손 앞에 엎드립니다. 끝까지 사랑하신 그 은혜가 오늘 나의 고단한 삶을 덮게 하소서. 내 안에 남은 교만의 겉옷을 벗고, 이웃의 아픔을 씻겨주는 종의 마음을 부어 주시옵소서.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 주님의 본을 따르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함께 할 기도
- 나의 주변의 사람들을 주님처럼 끝까지 사랑하게 하소서.
- 날마다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회개함으로 정결케 하소서.
- 예수님처럼 내가 먼저 수건을 두르고 섬기는 종이 되게 하소서.
-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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