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찬송
- 새 찬송가 412장,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
- 새 찬송가 410장,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서론
성도 여러분, 기독교 역사 속에는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위대한 믿음의 선배들이 있습니다. 특히 중세 교회가 영적으로 깊이 타락했던 1415년, 오직 성경의 진리를 수호하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 선고를 받은 체코의 신학자 얀 후스(Jan Hus)의 마지막 순간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콘스탄츠 공의회의 판결로 화형대에 묶여 불길이 타오르기 직전, 그는 세상을 원망하거나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늘을 우러러보며 "주 예수 그리스도여, 나는 당신의 복음을 진실하게 선포했습니다. 이제 당신을 위해 이 고난을 기쁨으로 감당하오니 내 영혼을 받아주소서"라고 기도하며 찬송을 불렀습니다. 죽음의 맹렬한 불꽃 앞에서도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며 자신의 영혼을 의탁했던 그의 모습은,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대제사장의 기도'와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본론
오늘 묵상할 요한복음 17장은 성경의 '지성소'라 불립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주님은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십니다. 우리는 매일 출근하는 직장과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치열한 영적 전투를 치릅니다. 세상의 압박 속에 깊은 고독감과 관계의 단절을 느끼며 '이 거대한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제사장이신 주님의 이 기도는 십자가의 영광과 더불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우리를 향한 거대한 중보의 은혜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아버지와 아들의 영광, 그리고 영생
첫째로,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한 하나님의 영광과 우리에게 주실 영생을 위해 간구하십니다.
본문 1절에서 주님은 이렇게 기도하고 계십니다.
- 요한복음 17:1,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이르시되 아버지여 때가 이르렀사오니 아들을 영화롭게 하사 아들로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게 하옵소서
세상의 눈에 십자가는 실패요 저주입니다. 그러나 주님께 십자가는 인간적인 칭찬을 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완벽한 순종을 통해 아버지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온 우주에 선포하는 최고의 영광의 자리입니다.
우리 주님은 이 영광을 통해 우리에게 '영생'을 주고자 하십니다. 3절은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영생은 단순히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깊이 교제하며 '아는'(γινώσκω, 기노스코)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모든 사명을 다 이루심으로 우리가 하나님을 아는 영생의 길을 활짝 여셨습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의 삶의 목적도 주님과 같아야 합니다. 나의 세상적 성공이 아니라, 나의 일상적인 순종과 헌신을 통해 오직 하나님만이 영화롭게 되셔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영생의 풍성함을 누리시기를 축원합니다.
2. 세상에서 구별된 제자들
둘째로, 예수님은 세상에서 구별된 우리의 영광스러운 정체성을 선포하시며 기도하십니다.
본문 9절에서 주님은 "내가 비옵는 것은"이라고 기도하시며 명확히 선을 그으십니다. 우리 함께 9절을 읽겠습니다.
- 요한복음 17:9, 내가 그들을 위하여 비옵나니 내가 비옵는 것은 세상을 위함이 아니요 내게 주신 자들을 위함이니이다 그들은 아버지의 것이로소이다
예수님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창세 전부터 아버지의 소유였으나 아들 예수님께 '사랑의 선물'로 맡겨주신 자들, 바로 끝까지 말씀을 믿고 따르는 여러분을 위해 중보하십니다. 제자들은 비록 연약했지만 예수님이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것을 참으로 믿었고, 주님은 이들을 통해 영광을 받으십니다(10절).
성도 여러분! 흠 없는 어린양이신 예수님은 오직 자기에게 맡겨진 백성, 바로 나를 위해 구별된 보혈을 흘리셨습니다. 세상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내 가치가 형편없게 느껴질 때마다 기억하십시오. "나는 하나님께서 예수님께 주신 가장 특별하고 존귀한 선물이다."라고 말입니다. 이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분의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영적 닻이 될 것입니다.
3. 제자들을 위한 세 가지 간구
셋째로, 예수님은 적대적인 세상에 남겨질 제자들을 위해 세 가지 구체적인 보호를 간구하십니다.
첫째, '보전과 하나 됨'입니다. "거룩하신 아버지여... 그들도 우리와 같이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라고 11절을 통해 기도하셨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온전한 사랑으로 연합하신 것처럼, 예수님은 교회가 분열되지 않고 진리와 사랑 안에서 하나 되기를 기도하셨습니다.
둘째, '충만한 기쁨'입니다. 십자가 앞에서도 주님이 소리 내어 기도하신 이유는, 13절 말씀처럼 세상이 뺏을 수 없는 예수님 자신의 '충만한 기쁨'을 제자들의 내면에 가득 채워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셋째, '악한 자로부터의 보호'입니다. 제자들은 세상에 속하지 않았기에 필연적으로 미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를 세상 밖으로 데려가기를 구하지 않으시고, 15절과 같이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구하셨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도피주의가 아니라 세상 속에 보냄을 받은 사명자로서 승리하기를 구하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 보좌 우편에 계신 대제사장 예수님은 성령을 통해 우리를 위해 이 기도를 쉬지 않으십니다. 매일 악한 유혹 속에서 영적 전투를 치르고 계십니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온 우주의 왕이신 주님이 여러분을 지키시고 보호해 달라고 불꽃 같은 눈동자로 중보하고 계십니다.
결론
말씀을 맺겠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둔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오직 아버지의 영광을 구하셨고, 험악한 세상에 남겨질 우리의 안전과 하나 됨, 참된 기쁨을 위해 피를 토하듯 기도하셨습니다. 이 십자가의 사랑과 중보의 은혜가 오늘 새벽 우리의 굳어진 심령을 새롭게 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하루 대제사장이신 주님의 이 은혜로운 기도를 기억하며, 두 가지의 믿음의 발걸음을 내딛기를 원합니다. 첫째, 비록 세상에 발붙이고 살지만 세상의 부패한 방식에 타협하지 않고, 치열한 일터와 가정 속에서 끝까지 악한 자의 유혹을 이겨내는 거룩하게 구별된 삶을 살아내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어떠한 인생의 환난 앞에서도 나를 위해 기도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하늘의 기쁨을 회복하십시오. 더 나아가 우리 교회가 삼위 하나님의 사랑을 본받아 서로 용납하며 '온전히 하나 되는' 생명의 공동체로 든든히 세워져 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사랑의 하나님, 오늘 예수님의 대제사장적 기도를 통해 우리를 향한 십자가의 끝없는 사랑과 보호하심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세상의 유혹과 환난 속에서도 우리가 악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 주시고, 성도들이 성령 안에서 온전히 하나 되게 하옵소서. 날마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삶 속에서 주님이 주시는 참된 기쁨과 영생을 누리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함께 할 기도
- 세상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거룩함을 잃지 않게 하소서.
- 우리 가족과 교회 성도들이 사랑 안에서 하나 되게 하소서.
- 날마다 주님을 알아가는 영생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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