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찬송
- 새 찬송가 94장, 예수님은 누구신가
- 새 찬송가 339장, 내 주님 지신 십자가
서론: 고단한 일상에서 영혼의 쉼터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어제 하루도 참 치열하게 사셨지요?
뒤처지면 도태될 것만 같은 불안과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늘 고단하고 피곤합니다. "이 정도는 해야 인정받지", "내가 노력해서 얻어낸 열매야"라며 어떻게든 나를 세워보려 애쓰지만, 정작 우리의 영혼은 속에서부터 까맣게 타들어 가고 에너지는 방전되어 버립니다.
좋은 설교자, 성경의 핵심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설교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때로는 저의 머릿 속에 가득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조급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대로 잘 전했을까'라는 두려움이 마음에 남아 있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같은 피로감과 불안감이 은혜의 자리여야 할 교회 안까지 밀고 들어올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교회마저 세상보다 더 큰 아픔과 상처로 얼룩지고 맙니다.
오늘 사도 바울이 마주했던 고린도 교회의 영적 주소가 딱 그랬습니다. 고린도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믿음과 영적 은사들을 손에 쥐고도, 마치 자기 실력으로 얻어낸 것처럼 서로를 향해 뽐내며 자랑했습니다.
서로 눈을 붉히며 "내가 너보다 낫다"고 자랑했고, 복음을 전해준 사도들조차 자신들의 잣대로 판단하며 교회의 하나 됨을 깨뜨렸습니다. 내 힘으로 버텨보려던 불안이, 이웃보다 우위에 서려는 교만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오늘 이 복된 아침, 주님은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나온 여러분의 손을 잡으시며, 이 끝없는 비교와 비참한 자랑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참된 쉼터를 선물해 주십니다. 오늘 생명의 말씀을 통해 우리 마음에 얹힌 무거운 짐이 다 내려놓아 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본문
1. 모든 것은 거저 받은 은혜의 선물입니다.
오늘 본문 7절에서 사도 바울은 겉멋 든 고린도 성도들의 마음에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7절을 제가 읽겠습니다.
- 고린도전서 4:7, 누가 너를 남달리 구별하였느냐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냐 네가 받았은즉 어찌하여 받지 아니한 것 같이 자랑하느냐
이 날카로운 질문 앞에 우리 마음에 영적인 불이 번쩍 켜지지 않습니까? 스스로 한번 깊이 자문해 보십시오. 우리가 누리는 생명과 따스한 호흡, 건강한 육신, 가정과 일터의 성과, 이 새벽 무릎 꿇는 믿음과 뜨거운 열정까지, 내 힘과 능력으로 완벽하게 만들어 낸 것이 단 하나라도 존재합니까?
단언컨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삶 전체가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 손에 거저 쥐여주신 눈부신 선물인 줄 믿습니다.
원어 성경의 '네가 받았다'라는 구절의 원어는 헬라어로 ἔλαβες(에라베스)입니다. 이 단어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그저 수동적으로 손을 내밀어 '선물로 건네받은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한 일은 오직 빈손을 내밀어 감사함으로 받아 누린 것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 자주 잊어버립니다. 내 노력이 대단한 줄 착각하니 마음에 교만이라는 바람이 차오르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 상태를 헬라어로 φυσιοῦσθε(퓨시우스테)라고 고발합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합니다. 영혼에 교만이 가득 차니, 곁의 이웃을 깎아내리고 판단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풍선이 아무리 크게 부풀어 올라봤자, 그 속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바람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나를 크게 포장해봤자, 내 힘으로 이룬 것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기억하십시오. 오직 주님의 은혜입니다. 아무 자격도 공로도 없을 때, 온 우주의 왕이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생명을 내어주심으로 우리를 거저 하나님의 자녀 삼아 주셨습니다. 이 거대한 사랑을 품은 성도가 어찌 감히 이웃을 보며 우쭐해하거나 함부로 정죄할 수 있겠습니까?
내 힘으로 악착같이 버텨보려던 피곤한 마음을 오늘 십자가 아래에 내려놓기를 원합니다. "하나님, 오늘도 제 손에 쥔 모든 조각이 오직 주님의 선물입니다." 이 고백이 우리 입술에서 시작될 때 비교는 멈추고, 세상이 흔들 수 없는 은혜의 평안이 우리의 삶에 가득 깃들 줄 믿습니다.
2. 하나님 나라는 말이 아닌 십자가의 능력에 있습니다.
고린도 교회 성도들은 영적으로 이미 비대해져 스스로 왕이 된 것처럼 거만하게 행세했습니다. 그에 반해, 복음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도들의 삶은 어떠했습니까? 바울은 사도들의 삶을 세상의 θέατρον(테아트론), 즉 '구경거리'와 같다고 덤덤하게 고백합니다.
사도들은 주리고 매 맞으며 만물의 찌꺼기 같은 취급을 받았지만, 결코 낙심하거나 저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욕하는 자들을 축복했고, 모진 박해를 묵묵히 참아냈습니다. 무엇이 사도들을 이토록 미련해 보이는 삶의 자리로 몰아갔을까요? 바로 그들의 심장에 요동치는 '십자가의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는 성도들을 매섭게 꾸짖는 대신에, 복음으로 그들을 낳았던 아버지, 즉 헬라어로 πατήρ(파테르)의 따뜻한 눈물로 품으며 선포합니다. 20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 고린도전서 4:20,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
여기서 선포하는 하나님 나라의 '능력'인 δύναμις(두나미스)는 상대를 말로 찍어 누르는 폭력적인 힘을 뜻하지 않습니다. 나를 아프게 하는 이웃을 예수님의 눈물로 용서하는 힘입니다. 미움을 사랑으로 덮어주며, 쓰러져 신음하는 이웃을 향해 기꺼이 내 어깨를 내어주는 십자가의 온유하고 강력한 권능인 줄 믿습니다.
우리 예수님은 말 한마디로 세상을 단번에 심판하실 권능이 있으셨으나, 묵묵히 저 무거운 십자가를 온몸으로 지셨습니다. 그리고 물과 피를 쏟아 우리를 구원해 내시는 진짜 복음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어떤 능력을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가정과 일터에서 내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날 선 목소리로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세련된 말솜씨가 아니라, 묵묵히 상대를 위해 눈물 흘려 기도하고 져주는 겸손함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스스로 한 걸음 낮아질 때 깨졌던 관계가 살아나고, 우리의 가정이 천국의 기쁨으로 가득 채워지는 역사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결론: 은혜의 통로로 살아가는 오늘 하루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주님은 지쳐 있는 우리의 메마른 영혼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우리 인생의 모든 아름다운 조각은 내 자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신 은혜의 열매입니다. 참된 성도의 가치는 화려한 입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자리에서 나를 복종시키고 이웃을 살려내는 십자가의 능력에 있습니다.
오늘 이 새벽, 내 지혜와 열심으로 채우려 했던 어리석은 교만의 거품을 성령의 강력한 바람으로 깨끗이 걷어내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우리의 결단과 의지만으로는 이웃을 끝까지 사랑할 수도, 스스로 겸손해질 수도 없습니다. 오직 성령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의 마음과 생각의 운전대를 잡아주실 때, 비로소 아비의 온유한 마음으로 가정을 보듬고 일터를 예수의 사랑으로 축복하는 은혜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쓰던 모든 피로와 불안의 사슬을 믿음으로 끊어내기를 소망합니다.
위로부터 부어주시는 성령의 능력과 마르지 않는 은혜의 샘물을 힘입어, 오늘 하루 만나는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품어내며 넉넉히 승리하는 주의 거룩한 자녀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사랑의 하나님, 아무 공로 없는 우리를 자녀 삼아 주시고, 삶의 모든 여정을 은혜의 선물로 채워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내가 이룬 것처럼 뽐냈던 무지한 교만의 마음을 이 아침에 주님의 십자가 앞에 겸손히 내려놓습니다. 세상의 비교 속에서 내 힘으로 버티려 했던 피곤한 마음을 만져주시고, 남들보다 높아지려는 헛된 말의 자랑 대신 묵묵히 품어주고 축복하는 십자가의 능력을 일상에 허락하옵소서. 온유함과 겸손함으로 이 하루를 살아갈 때 주님의 평강이 가득하게 인도해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함께 할 기도
- 모든 삶이 주님의 선물임을 기억하며 겸손하게 은혜만 의지하게 하옵소서.
- 이웃과의 비교와 자랑을 멈추고 묵묵히 품어주는 십자가의 능력을 주소서.
- 교만한 말의 잔치를 버리고 아비의 부드러운 사랑으로 가정을 세우게 하소서.
-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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