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묵상] 사사기 15장 1-20절, 왜 혼내지 않고 먼저 마시게 하셨을까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
사사기 15장 1-20절, 왜 혼내지 않고 먼저 마시게 하셨을까
함께 할 찬송
- 새 찬송가 365장, 마음 속에 근심 있는 사람
- 새 찬송가 288장, 예수를 나의 구주 삼고
서론
제가 목회를 스무 해 넘게 해오면서 병원 중환자실이나 성도님들의 가정으로 심방을 갈 때마다 뼈저리게 깨닫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큰 위기 속에서는 초인적인 힘을 내어 버텨내지만, 정작 풍파가 다 지나간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에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큰 수술을 잘 넘기고 나서, 혹은 자녀들 속 썩이던 문제가 겨우 수습되고 나서 갑자기 온몸에 맥이 풀려 꼼짝달싹 못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목사님, 다 끝났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텅 비고 기운이 하나도 없을까요?
묻는 성도님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삼손의 형편이 꼭 그렇습니다. 삼손은 당나귀 턱뼈 하나를 손에 쥐고 블레셋 군사 일천 명을 쓰러뜨린 천하장사였습니다. 그러나 흙먼지가 가라앉고 적들이 다 달아난 그 거친 골짜기에서, 영웅 삼손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화려한 승전보가 아닌 혓바닥이 바싹 타들어 가는 지독한 갈증이었습니다.
죽을 것만 같은 탈진의 자리에서 그가 주저앉아 뱉어낸 신음, 그리고 그 초라한 신음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반응하셨는지를 바라보며 우리를 살리시는 하나님의 크신 위로를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본론
1. 큰 승리 뒤에 겪게 되는 탈진
18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 사사기 15:18, 삼손이 심히 목이 말라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 주께서 종의 손을 통하여 이 큰 구원을 베푸셨사오나 내가 이제 목말라 죽어서 할례 받지 못한 자들의 손에 떨어지겠나이다 하니
여기서 '부르짖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카라(קָרָא)'입니다. 이 단어는 잘 다듬어진 문장이나 신학적으로 고상한 격식을 갖춘 기도가 아닙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본능적으로 내지르는 비명이며, 갓난아이가 배고픔에 창자가 끊어질 듯 우는 소리를 뜻합니다.
삼손은 거룩하고 온전한 기도를 드린 것이 아닙니다. 탈진한 상태에서 원초적인 갈증을 숨김없이 하나님 앞에서 부르짖으며 기도하였습니다.
앞선 16절에서 삼손은 당나귀 턱뼈로 천 명을 죽인 뒤 "라맛 레히", 즉 '턱뼈의 언덕'이라 이름 붙이며 자신의 팔뚝의 힘을 자랑했습니다. 거기에는 하나님을 향한 감사나 찬양이 단 한 줄도 섞여 있지 않았습니다.
그 기고만장하던 용사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헐떡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목을 말리신 이유는 그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내 주먹의 힘으로 살아온 줄 착각하던 인생의 교만을 꺾으시고, 자신이 한 모금 물 없이는 일 초도 버틸 수 없는 연약한 흙먼지에 불과함을 깨닫게 하시려는 은혜의 장치였습니다.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온 인류의 죄악과 사망 권세를 물리치시는 구원의 현장에서, 우리 주님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시며 나직이 외치셨습니다.
내가 목마르다.
영원한 생명의 근원이신 주님께서 육신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타는 갈증을 온몸으로 받아내셨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기운이 바닥나고 침이 바짝 마를 때 느끼는 그 비참함을, 우리 주님은 이미 뼛속 깊이 겪어 아십니다. 그렇기에 주님은 지쳐 쓰러진 우리가 뱉어내는 거친 신음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인생의 큰 싸움을 치러내고 탈진해 계십니까. 남들에게는 믿음 좋은 척, 아무 일 없는 척 웃어 보이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 물 한 모금이 간절한 상태에 계신 분이 계실 줄 압니다. 체면 차리지 마십시오. 미사여구를 늘어놓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주님, 저 너무 힘듭니다. 저 좀 살려주십시오" 하고 목멘 소리로 내지르는 그 거친 부르짖음을 하나님은 기다리고 계십니다.
2. 바위를 쪼개시는 하나님의 은혜
이어서 19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 사사기 15:19, 하나님이 레히에서 한 우묵한 곳을 터뜨리시니 거기서 물이 솟아나오는지라 삼손이 그것을 마시고 정신이 회복되어 소생하니 그러므로 그 샘 이름을 엔학고레라 불렀으며 그 샘이 오늘까지 레히에 있더라
이 장면을 가만히 묵상해보면 참 놀라운 신비가 숨어 있습니다. 삼손이 부르짖은 기도는 사실 하나님 보시기에 괘씸하기 짝이 없는 투정이었습니다. "내가 목말라 죽어서 이방인의 손에 넘어가게 생겼습니까" 하며 따지듯 내뱉은 소리였습니다.
삼손의 말에 우리 같으면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아마도 "네가 나실인 구별된 몸으로 시체를 만진 죄는 어쩌고 이제 와서 물을 달라느냐", "너 아까는 네 힘으로 이겼다고 기고만장하더니 꼴좋다" 하며 지난 과오를 조목조목 따져 물었을 법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단 한마디의 꾸지람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잘못을 추궁하기보다 삼손의 타는 목마름을 먼저 보셨습니다. 하나님은 말없이 레히의 메마른 바위 한복판을 쪼개어 시원한 생수를 터뜨려 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숫가에서 밤새 그물질하느라 헛손질만 하고 추위에 떨던 제자들을 찾아가셨을 때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저주하며 도망쳤던 베드로에게 주님은 "네가 어떻게 나를 배신할 수 있느냐" 묻지 않으셨습니다.
숯불을 피워놓으시고, 그 위에 생선을 굽고 떡을 얹어 따뜻한 아침 밥상을 차려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그저 한마디 건네셨습니다.
와서 조반을 먹으라.
허물을 꼬집어 민망하게 만드시는 대신, 굶주린 배를 채워주시고 얼어붙은 손발을 녹여주시는 분이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엔학고레', 곧 '부르짖는 자의 샘'은 삼손이 대단한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터진 샘이 아닙니다. 자격 없는 자가 바닥에서 신음할 때 거저 부어주신 하나님의 일방적인 긍휼의 흔적입니다. 하나님은 자격증을 요구하시는 심판관이 아니십니다. 자식이 쓰러져 신음하면 이유를 묻지 않고 가슴으로 품어 안으시는 참된 아버지이십니다. 그 자비의 샘물이 지금도 우리 곁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결론
천 명을 물리친 기세등등한 영웅도 결국 타는 목마름 앞에서는 한 모금 물이 간절한 연약한 흙덩이에 불과했습니다. 하나님은 탈진하여 쓰러진 자녀에게 지난 허물을 따져 묻지 않으시고, 살려내는 생수를 먼저 건네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이십니다. 기도가 막히고 힘이 다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모습을 자책하며 숨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보다 지금 당장 목이 말라 헐떡이는 우리의 숨소리에 더 깊이 귀를 기울이십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실 때 거창하고 어려운 결단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침에 집으로 돌아가셔서 식사하시기 전, 시원한 물 한 컵을 천천히 들이켜 보십시오. 마른 목구멍으로 물이 넘어가는 그 짧은 순간에 마음속으로 한 문장만 고백하십시오.
주님, 제 영혼이 몹시 목마릅니다. 삼손을 살리셨던 그 엔학고레의 생수를 오늘 제 삶의 자리에도 부어 주옵소서.
자식 걱정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 통장의 잔고나 아픈 다리 때문에 한숨이 나올 때마다 그 물 한 모금을 기억하며 마음의 짐을 주님 발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시월의 문을 여는 이 새벽, 삶의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고 계신 성도님들의 삶의 한복판에 하나님께서 숨겨두신 생수가 시원하게 터져 나오기를 바랍니다. 바위를 깨뜨려 갈증을 씻기시는 성부 하나님의 긍휼과, 우리의 지친 몸을 숯불 곁으로 부르시는 성자 예수님의 다정한 위로와, 꺼져가는 심령을 다시 소생시키시는 성령님의 따스한 숨결이 오늘 하루 성도님들의 가정과 일터 위에 가득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자비로우신 하나님, 삶의 치열한 싸움 끝에 지독한 갈증으로 탈진한 우리의 신음을 들으소서. 내 힘을 과시하던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상한 심령으로 주께 엎드립니다. 지난 허물을 묻지 않으시고 메마른 바위를 쪼개시는 주님의 크신 은혜로, 오늘 엔학고레의 시원한 생수를 부어 다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함께 할 기도
- 내 연약함을 숨기지 않고 주님께 솔직히 부르짖게 하소서.
- 과거 허물을 묻지 않으시는 주의 자비를 신뢰하게 하소서.
- 메마른 우리 삶의 자리에 엔학고레의 생수가 솟게 하소서.
-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은혜를 우리에게 주소서.
![[10월 1일 묵상] 사사기 15장 1-20절, 왜 혼내지 않고 먼저 마시게 하셨을까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 [10월 1일 묵상] 사사기 15장 1-20절, 왜 혼내지 않고 먼저 마시게 하셨을까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jqrMt0DlvDdoX1pbCg8rEfJOhsqrQLeJDJwiSDpxDZUqArAM9xZ445qZTkuz1XO_0oEegUtXYmlS4mbShe5mmjRALrGlKgdQF2cPAHHKLgiqVM9e7PLNJufMfdhPmRXEwhvAOlpE3b5MDKfkVvcEQ82SfZzWcPIP2hMJL9WpXVY2_q9JB7kswqS5m-1KBY/w640-h360/%5B10%EC%9B%94%201%EC%9D%BC%20%EB%AC%B5%EC%83%81%5D%20%EC%82%AC%EC%82%AC%EA%B8%B0%2015%EC%9E%A5%201-20%EC%A0%88,%20%EC%99%9C%20%ED%98%BC%EB%82%B4%EC%A7%80%20%EC%95%8A%EA%B3%A0%20%EB%A8%BC%EC%A0%80%20%EB%A7%88%EC%8B%9C%EA%B2%8C%20%ED%95%98%EC%85%A8%EC%9D%84%EA%B9%8C%20-%20%EB%A7%A4%EC%9D%BC%EC%84%B1%EA%B2%BD%20%ED%81%90%ED%8B%B0%20%EC%83%88%EB%B2%BD%EC%98%88%EB%B0%B0%EC%84%A4%EA%B5%90%EB%AC%B8.jpg)
![삼손은 목마름으로 괴로워하며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10월 1일 묵상] 사사기 15장 1-20절, 왜 혼내지 않고 먼저 마시게 하셨을까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haCDTozUAA0D43E7uSo83VTvp0_S4GyVv0AGqHuiBAdEGDJY3tJzdqN9h521RffsU7CH3fqPeCdG3hC92CqfvO-Ld7z5s3fSzjrbyQI-7bVBd7ugiOL5Ec9B6duJUnOvfgsFLO_TIjOR-kLQMe5ulbsrZDUwt4iB_XOvDo0EEPf8HzoqW8F90leWbyDX5L/w640-h356/%EC%82%BC%EC%86%90%EC%9D%80%20%EB%AA%A9%EB%A7%88%EB%A6%84%EC%9C%BC%EB%A1%9C%20%EA%B4%B4%EB%A1%9C%EC%9B%8C%ED%95%98%EB%A9%B0%20%ED%95%98%EB%82%98%EB%8B%98%EA%BB%98%20%EB%B6%80%EB%A5%B4%EC%A7%96%EC%97%88%EB%8B%A4.jpg)
![갈릴리 해변에서 예수님은 숯불을 피우시고 생선을 구우시며 제자들을 먹이셨다 [10월 1일 묵상] 사사기 15장 1-20절, 왜 혼내지 않고 먼저 마시게 하셨을까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h8X8nFmCMtMbUrZfCjFLVQwo0lxox4y8CEYDcm23lyxDuV9KVWLzNLH-xL2wCVf77IgNtUVDroE1_pYPOgHKv0ugcKji6Sb75lhCS8MpluIU7PMjmdJSqy0P7eYhG2mHPoQ-P9sDkj0MABp9quxfjQCMBPoG17dusRm9W3Xg4ZGxtCNNJS8QttyZOvEtJD/w640-h356/%EA%B0%88%EB%A6%B4%EB%A6%AC%20%ED%95%B4%EB%B3%80%EC%97%90%EC%84%9C%20%EC%98%88%EC%88%98%EB%8B%98%EC%9D%80%20%EC%88%AF%EB%B6%88%EC%9D%84%20%ED%94%BC%EC%9A%B0%EC%8B%9C%EA%B3%A0%20%EC%83%9D%EC%84%A0%EC%9D%84%20%EA%B5%AC%EC%9A%B0%EC%8B%9C%EB%A9%B0%20%EC%A0%9C%EC%9E%90%EB%93%A4%EC%9D%84%20%EB%A8%B9%EC%9D%B4%EC%85%A8%EB%8B%A4.jpg)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