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묵상] 사사기 16장 15-31절, 힘이 빠져야 비로소 보입니다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
사사기 16장 15-31절, 힘이 빠져야 비로소 보입니다
함께 할 찬송
- 새 찬송가 338장,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 새 찬송가 542장, 구주 예수 의지함이
서론
시월로 접어드니 새벽 공기가 제법 쌀쌀합니다. 이른 시간에 몸을 일으켜 교회로 오실 때 무릎이나 허리가 뻐근해서 "아이고~"라는 가벼운 신음이 절로 나오기도 하지요.
젊을 때는 밤을 꼬박 새워 일해도 거뜬했고, 내 힘과 의지만 있으면 세상에 넘지 못할 산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쉰을 넘기고 예순, 일흔의 고개를 넘어가면서 우리는 몸으로 배웁니다. 손아귀 쥐는 힘도 예전 같지 않고, 자식 일이나 집안 살림도 내 고집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 점점 많아집니다. 내가 쥔 기운과 지혜가 다 닳았다는 사실을 문득 마주할 때, 우리 마음에 불쑥 쓸쓸함이 찾아오곤 합니다.
사사 삼손도 꼭 그랬습니다. 나귀 턱뼈 하나로 천 명을 쓰러뜨리던 괴력을 자랑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엄청난 힘이 하나님께서 값없이 부어주신 선물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어느덧 자기 원래 실력인 양 으스대며 살았습니다.
들릴라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잠들었다가 머리털이 다 밀려나갔는데도, "내가 전과 같이 나가서 몸을 떨치리라" 장담했습니다. 주님께서 이미 곁을 떠나셨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영적으로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내 힘으로 얼마든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교만한 착각이 결국 그를 쇠사슬에 묶인 죄수로 전락시켰습니다.
두 눈이 뽑힌 채 블레셋 가사의 감옥에서 짐승처럼 맷돌을 돌릴 때, 삼손의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평생 자랑거리였던 완력도, 영웅이라는 명성도 흙먼지 속에 짓밟혔습니다.
성경은 바로 그 비참한 밑바닥에서 그의 머리털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고 조용히 증언합니다. 스스로 버티던 견고한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때, 비로소 살아계신 주님의 얼굴을 온전히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 새벽, 내 힘과 꾀의 바닥을 치며 홀로 탄식하고 계신 성도님들이 계신다면 이 삼손의 마지막 걸음을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본론
1. 내 힘이 바닥날 때 비로소 진리를 보게 됩니다.
20절 말씀입니다.
- 사사기 16:20, 들릴라가 이르되 삼손이여 블레셋 사람이 당신에게 들이닥쳤느니라 하니 삼손이 잠을 깨며 이르기를 내가 전과 같이 나가서 몸을 떨치리라 하였으나 여호와께서 이미 자기를 떠나신 줄을 깨닫지 못하였더라
20절 속에 기록된 여호와께서 '떠나셨다'는 단어의 히브리어는 '사르(סָר)'입니다. 본래 자리에서 물러나 빗겨서는 상태를 뜻합니다.
삼손은 힘의 근원이신 주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줄도 모른 채, 그저 자신의 근육과 경험만 믿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털어내려 했습니다. 주님이 그를 떠나시자 천하장사의 완력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졌습니다. 참된 믿음은 내게 능력이 남아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15장에서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를 들려주셨습니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주님을 떠나서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언하셨습니다.
주님은 십자가를 향해 가시는 길에서도 단 한 번도 자신의 권능을 임의로 휘두르지 않으셨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엎드리시며 모든 주권을 하늘 아버지의 뜻에 내어맡기셨습니다. 스스로 모든 것을 행하실 수 있는 전능자이시면서도 아버지께 온전히 기대셨던 주님의 겸손이 온 인류를 살리는 생명의 길이 되었습니다.
지금껏 성도들을 섬기며 그분들의 삶의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사업이 번창하고 자식들이 탄탄대로를 달릴 때보다, 도리어 굳게 믿었던 계획이 어그러지고 실패하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때 주님 앞에 무릎을 꿇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내가 가진 힘과 능력과 소유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는 그 참담한 순간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내 삶의 진짜 주인 자리를 되찾으시는 시작이 됩니다.
2. 부르짖을 때 하늘의 은혜가 임합니다.
우리 함께 28절을 읽겠습니다.
- 사사기 16:28, 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에게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 하고
삼손이 마지막으로 선 자리는 블레셋 사람 삼천 명이 지붕 위에서 조롱하고 침을 뱉던 다곤 신전 한가운데였습니다. 두 눈은 뽑혀 앞을 볼 수 없었고, 어린아이의 손에 이끌려 기둥 사이에 겨우 몸을 기댄 처참한 몰골이었습니다. 승리에 도취한 세상 사람들은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진흙탕에 내팽개치며 우상을 찬양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수치와 절망의 한복판에서 삼손은 하나님을 찾습니다. 사람들 눈에는 구경거리에 불과한 광대였을지 모르지만, 기둥을 부여잡은 그의 영혼은 일생 중 가장 맑은 눈으로 창조주 하나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힘이 꺾인 그 순간, 하나님의 거룩한 구원 역사가 힘차게 약동하기 시작합니다.
두 기둥 사이에 선 삼손에게서 우리는 골고다 언덕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을 봅니다. 두 팔이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온갖 조롱과 멸시를 당하셨던 주님을 기억합니다. 지나가던 자들은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네 자신을 구원하고 내려오라" 비웃었습니다. 주님은 그 무력함의 극치 속에서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기도하시며 숨을 거두셨습니다.
세상은 십자가를 뼈아픈 패배로 여겼지만, 바로 그 순종과 희생을 통하여 죄와 사망의 권세를 단번에 깨뜨리셨습니다. 자기를 비워 온전히 내어맡긴 거룩한 무력함이야말로 영원한 구원을 이루어 내는 하나님의 비밀이었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실력과 능력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발맞춰 노후 대책을 빈틈없이 세우고, 남들에게 지지 않을 강한 힘을 기르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교회 안에서조차 내 열심과 기도의 양을 공로처럼 내세우고 싶은 유혹을 수없이 받습니다.
삼손의 마지막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진리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의 똑똑함이나 유능함에 머물지 않고, 주님 앞에서 내 무력함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상한 심령 위에 부어집니다. 부서진 마음으로 주님의 옷자락을 붙잡는 성도에게, 하나님은 세상을 이길 하늘의 능력을 덧입혀 주십니다.
결론
삼손의 생애를 묵상하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손에 쥔 건강과 재주를 믿고 어깨에 힘을 주며 살아가던 교만, 그것들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갈 때 겪었던 깊은 상실감을 우리 모두 압니다. 삼손의 일생에서 영적으로 가장 빛난 순간은 나귀 턱뼈로 원수를 물리치던 승리의 날이 아니었습니다. 두 눈이 먼 채 기둥에 기대어 오직 주님의 자비만을 구하던 마지막 기도의 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힘과 꾀가 바닥을 드러내는 바로 그 지점이 우리가 기도해야 할 자리입니다.
오늘 새벽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면,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조용히 두 손을 모아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주님, 오늘 내 힘과 고집으로 살지 않겠습니다. 자식 걱정도, 몸의 아픔도, 풀리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도 주님 손에 올려놓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일터로 향하는 길목에서든, 아침 밥상을 차리면서든, 손주를 돌보거나 밭을 둘러보며 마음에 조바심이 덜컥 올라올 때마다 "주님, 나를 기억하옵소서" 이 짧은 고백을 나지막이 읊조려 보십시오. 내 손을 펴서 쥐고 있던 염려를 내려놓을 때, 주님께서 내 삶을 단단하게 붙들어 주시는 하늘의 평안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연약함 속에 머물 때 주님은 우리의 완전한 피난처가 되어 주십니다. 십자가의 무력함으로 부활의 영광을 여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 자녀의 작은 탄식에도 귀 기울이시는 성부 하나님의 신실하신 사랑, 우리 연약함을 도우시며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친히 간구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위로가 오늘 성도님들의 삶의 자리에 가득하기를 축복합니다. 내 힘을 빼고 주님의 손을 꼭 붙잡음으로써 세상이 알 수도 없고 줄 수도 없는 참된 쉼과 평안을 온종일 누리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주님, 내 힘과 경험을 의지하며 살았던 교만을 용서하옵소서. 손에 쥔 것들이 다 허물어질 때 낙심치 않게 하시고, 나의 무력함을 겸손히 인정하며 십자가 은혜를 붙잡게 하옵소서. 내 자원이 다 끝난 그 자리에서 온전히 주님만을 의지하오니, 오늘 하루도 하늘의 참된 평안과 능력을 덧입혀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함께 할 기도
- 내 힘과 고집을 내려놓고 주님만 겸손히 의지하게 하옵소서.
- 삶의 연약함 속에서 신실하신 주님의 약속을 붙들게 하옵소서.
- 부서진 일상에 십자가 은혜와 하늘의 참 평안을 채워 주옵소서.
-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은혜를 우리에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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