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묵상] 사사기 11장 1절-11절, 지워진 페이지는 하나도 없습니다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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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11장 1절-11절, 지워진 페이지는 하나도 없습니다



함께 할 찬송


  • 새 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
  • 새 찬송가 370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


서론


며칠 전 서재 정리를 하다가 20년도 더 지난 낡은 수첩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겉장은 누렇게 바래고 모서리는 닳아 떨어져 얼핏 보면 영락없이 쓰레기통에 들어갈 모양새였습니다. 무심코 첫 장을 넘겼는데, 처음 교육전도사로 중고등부에서 사역하면서 속 썩이던 한 영혼을 두고 가슴 아파하며 눈물로 적어 내려간 기도문이 거기 적혀 있더군요. 남들 눈에는 버려도 그만인 종이쪽지였지만, 제게는 그 어떤 신학 책보다 귀했습니다.

오십을 넘기고 예순, 일흔의 고개를 넘다 보면 가슴 밑바닥에 말 못 할 상처 하나쯤 묻어두지 않은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식에게 털어놓자니 짐이 될 것 같고, 곁에 있는 배우자에게 꺼내자니 속만 상할 것 같아 혼자 삭여온 세월의 멍자국들이 있습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집안도 아니었고 내 뜻대로 잘 해결되지 않던 가난이나 부족함 때문에 서러운 눈물을 훔치던 밤도 참 많았습니다. 세상은 번듯한 배경이나 눈에 띄는 열매만 쳐다보며 사람의 가치를 매기니, 그 기준에 맞추느라 참 고단하게 달려왔습니다.


본론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속 이스라엘 백성의 처지도 참 막막했습니다. 암몬 족속의 억압 아래서 무려 18년 동안 짓밟히며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습니다. 미스바 평원에 모이기는 했는데, 성난 사자처럼 밀고 들어오는 적군 앞에서 군대를 이끌 지휘관 하나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요. 눈앞은 캄캄하고 사방은 꽉 막힌 그 절망의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은 까맣게 몰랐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나님은 이미 그들의 짓무른 상처와 가쁜 숨소리를 다 헤아리며 구원의 길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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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려진 자리에서 조용히 일하시는 손길

먼저 1절을 제가 읽겠습니다.

  • 사사기 11:1, 길르앗 사람 입다는 큰 용사였으니 기생이 길르앗에게서 낳은 아들이었고

성경은 입다를 소개하면서 히브리어로 '깁보르 하일(גִּבּוֹר חַיִל)', 큰 용사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태생은 기생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힌 서자였고, 집안에서조차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핏줄과 족보로 본다면, 입다는 결격자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세상의 잣대로 그를 재단하지 않으시고, 훗날 민족을 건져낼 든든한 용사로 바라보셨습니다.

본문을 보면, 입다는 배다른 형제들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돕 땅으로 도망쳤습니다. 번듯한 사회 울타리 밖으로 내쳐져 거친 들판에서 잡류들과 뒹굴며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칼을 쥐었습니다. 참 비참하고 서러운 세월이었을 겁니다.

놀랍게도 하나님은 입다가 눈물로 삼켜낸 그 거친 광야를 장차 백성을 구원할 야전 훈련소로 삼으셨습니다. 세상은 쓸모없다며 변방으로 내쳤으나, 하나님의 세밀한 섭리는 가장 외로운 광야 한복판에서 그를 거친 시대를 뚫고 나갈 지도자로 다듬고 계셨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걸음도 이와 같았습니다. 주님은 화려한 예루살렘 왕궁이 아닌, 가난한 시골 마을 나사렛의 목수 집에서 자라나셨습니다. 사람들은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겠느냐"며 멸시하고 손가락질했습니다.

머리 둘 곳조차 없이 배척당하시고 마지막에는 십자가라는 가장 저주받은 자리로 내몰리셨지요. 하나님은 세상이 침 뱉고 버린 그 골고다 언덕의 나무 십자가를 통하여 온 인류를 살려내는 가장 위대한 승리를 이루어내셨습니다.

지난날 나를 울렸던 집안 배경이나 배움의 짧음, 남에게 차마 꺼내놓지 못한 부족함의 흔적 때문에 주눅 들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가 겪은 서러운 도망길조차 헛되이 버리지 않으십니다. 돕 땅의 메마른 바람 속에서 입다를 단련하셨듯, 지나온 세월의 눈물과 상처를 주님 손에 맡겨드리면 하나님은 그것을 가장 값진 은혜의 통로로 바꾸어내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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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음 앞에 얼굴을 내미시는 하나님의 사랑

우리 함께 11절을 읽겠습니다.

  • 사사기 11:11, 이에 입다가 길르앗 장로들과 함께 가니 백성이 그를 자기들의 머리와 장관을 삼은지라 입다가 미스바에서 자기의 말을 다 여호와 앞에 아뢰니라

결국 입다는 길르앗의 우두머리가 되는 엄숙한 순간에 히브리어로 '립네 아도나이(לִפְנֵי יְהוָה)', 여호와 앞에 섭니다. 하나님의 얼굴 바로 앞에서 자신의 사정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는 뜻입니다. 장로들과 마주 앉아 칼날 같은 조건을 내걸며 거칠게 흥정하던 입다였지만, 마침내 선 자리는 사람의 무대가 아닌 여호와의 얼굴 앞이었습니다.

길르앗 장로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자기들이 내쫓았던 입다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이처럼 얄팍합니다. 아쉬울 때는 매달리다가도 형편이 나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섭니다.

반면에 하나님은 전혀 다르게 일하셨습니다. 앞선 10장 16절을 보면, 우상을 섬기며 배역하던 백성이었음에도 그들의 곤고함을 차마 더는 두고 보지 못해 깊이 탄식하셨습니다. 백성은 위기를 모면하려 하나님을 도구처럼 찾았지만, 하나님은 그 못난 자식들의 신음 소리를 가슴에 품으시고 자신의 얼굴을 그들 앞에 내밀어 주셨습니다.

우리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겪으셨던 밤을 떠올려 봅니다. 곁에서 지켜주어야 할 제자들은 고단함에 겨워 곯아떨어졌고, 어둠 속에서는 주님을 팔아넘길 자들의 발소리가 다가왔습니다. 철저히 혼자 남겨진 그 적막 속에서 주님은 땅에 엎드려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아버지 하나님 앞에 모든 심정을 쏟아놓으셨습니다. 사람에게 버림받는 외로움과 배신의 쓰라림을 몸소 겪으셨기에, 주님은 오늘 우리가 홀로 삼키는 가느다란 숨소리 하나도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으십니다.

사람은 쓸모가 다하면 등을 돌리고 떠나가도, 하나님은 내 가장 비참한 자리에 찾아오셔서 곁을 지키십니다. 상처로 딱지가 않은 마음이라 할지라도 미스바의 제단처럼 주님 얼굴 앞에 그대로 열어젖히면 주께서 위로해 주십니다. 체면 차리지 않고 쏟아내는 우리의 탄식을 주님은 기도로 받으시고, 세밀한 섭리의 손길로 우리 삶을 어루만져 주심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결론


여러분! 살다 보면 거친 세상 속에서 내쳐진 입다처럼 억울한 일도 겪고, 믿었던 사람에게 섭섭함을 느끼며 속을 끓일 때가 참 많습니다. 내 삶의 못난 페이지들을 홀로 들여다보며 한숨지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 안에는 버려질 인생도, 외면당할 눈물도 없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실 때 거창한 결심을 하지는 못해도, 조용히 하나님 앞에 엎드립시다. 집으로 돌아가시거든 그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섭섭한 사람의 이름이나 남에게 차마 말 못 했던 오랜 속앓이를 혼자 끙끙 앓지 마십시오. 그저 부엌일을 하시다가도, 혹은 길을 걸으시다가 가만히 숨을 고르고 "주님, 제 속을 다 아시지요" 하고 나직하게 읊조려 보십시오. 복잡한 생각은 다 내려놓고, 내 작은 신음까지 다 알고 계시는 주님의 얼굴 앞에 내 마음을 내려 놓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작은 신음마저 차마 외면하지 못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신실하신 돌보심과, 광야 같은 인생길을 몸소 걸으시며 우리의 슬픔을 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위로와,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 친히 간구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평안이 오늘 이 새벽 무릎 꿇은 사랑하는 성도님들의 삶의 골목마다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오르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우리의 작은 신음도 잊지 않으시는 주님, 버려진 듯 외롭던 지난날의 상처와 눈물을 주님 발치에 내려놓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보잘것없어 보여도 주님의 신실하신 섭리 속에서 우리 삶을 다듬어가심을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 얼굴 앞에서 참된 위로와 용기를 얻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함께 할 기도


  • 삶의 상처 속에서도 주님의 섭리를 굳게 믿게 하소서.
  • 마음의 작은 신음까지 주님 앞에 숨김없이 아뢰게 하소서.
  • 세상의 시선에 꺾이지 않고 주님의 손길만 의지하게 하소서.
  •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은혜를 우리에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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