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묵상] 사사기 4장 1절-10절, 바락은 왜 드보라를 붙잡았는가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
사사기 4장 1절-10절, 바락은 왜 드보라를 붙잡았는가
함께 할 찬송
- 새 찬송가 214장, 나 주의 도움 받고자
- 새 찬송가 430장, 주와 같이 길 가는 것
도입: 바락의 반응, 비겁함인가 영적 갈망인가?
살다 보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며 발이 바닥에 쩍 달라붙는 날이 있습니다. 20년 동안 이스라엘의 숨통을 죄어 온 철 병거 900대 앞에 선 바락의 심정이 딱 그랬을 겁니다. 시퍼런 쇠칼을 달고 내달리는 병거 앞에 맨몸의 보병 만 명을 이끌고 나가라니 누가 선뜻 발을 떼겠습니까.
오늘 이른 아침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오신 성도님들 가슴에도 저마다 두려운 900대의 병거가 버티고 서 있을 줄 압니다. 그런데 성경 속 바락의 대답 하나가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당신이 나와 함께 가면 내가 가려니와, 가지 않으면 나도 가지 않겠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 구절을 읽으며 바락이 참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이 승리를 약속하셨는데도 여선지자의 치맛자락 뒤에 숨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제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인생의 벼랑 끝에 서보고 나서야, 이 말이 전혀 다른 떨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락의 말은 체면 차리려고 책임을 떠넘기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의 동행하심이 없다면 단 한 걸음도 내딛지 않겠다는 처절한 항복 선언이었습니다. 세상은 약점을 감추고 큰소리쳐야 유능하다 말하지만, 주님 앞에서는 차라리 내 밑천을 정직하게 털어놓고 주의 옷자락을 붙잡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본론
1. 사람이 아닌 주님의 임재와 보증을 구하다.
바락이 드보라의 얼굴만 쳐다보고 억지를 부린 게 아닙니다. 우리 함께 5절을 읽겠습니다.
- 사사기 4:5, 그는 에브라임 산지 라마와 벧엘 사이 드보라의 종려나무 아래에 거주하였고 이스라엘 자손은 그에게 나아가 재판을 받더라
당시 드보라는 에브라임 산지 종려나무 아래서 하나님의 뜻을 전하던 여선지자였습니다. 칠흑 같은 암흑기에 주의 말씀이 머물던 처소였습니다. 바락은 여인 한 사람을 의지한 것이 아니라, 그 입술을 통해 흘러나오는 하나님의 약속과 임재를 확인하고 싶었던 겁니다. 주님의 말씀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만 명의 군사도 헛수고임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심방을 다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눈물마저 마른 성도님들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절망감을 느낍니다. 제 알량한 지식이나 경험으로는 이 깊은 상처를 온전히 위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 주님이 지금 이 자리에 함께 계시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기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락은 주님이 곁에 계시다는 확실한 보증 없이는 한 발짝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드보라에게 함께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실, 구약의 백성들은 연약한 선지자의 발걸음을 통해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확인하며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연약한 인간 영웅에게 인류의 구원을 맡기지 않으셨습니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험하고 죄악 가득한 세상으로 직접 보내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와 똑같이 살과 피를 입고 고난을 겪으신 '임마누엘', 곧 우리 곁에 영원히 찾아오신 하나님입니다. 드보라의 동행은 죄인들의 거친 삶 속으로 걸어 들어오신 예수님의 성육신을 미리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 우리가 마주한 일터와 가정은 철 병거가 번뜩이는 평야와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진심으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내 삶의 자리에 지금 주님이 함께 걷고 계시는가?"
부활하신 주님은 오늘도 상처 난 손을 내밀며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항상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내 힘으로 싸우면 백전백패지만, 주님의 임재를 가슴에 품고 나아갈 때 우리의 발걸음은 이미 승리하였습니다.
2. 체면을 벗어던지고 십자가의 약함 앞에 서다.
이어서 8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 사사기 4:8, 바락이 그에게 이르되 만일 당신이 나와 함께 가면 내가 가려니와 만일 당신이 나와 함께 가지 아니하면 나도 가지 아니하겠노라 하니
고대 사회에서 칼을 쥔 사령관이 여인의 손을 잡지 않으면 출전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광경을 떠올려 보십시오. 주변에서 여자 뒤에 숨는다며 얼마나 수군거렸겠습니까. 바락에게도 지키고 싶은 가문의 체면과 자존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락은 용사인 척 헛기침을 하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적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자존심을 챙기느라 백성을 사지로 모는 대신, 주님 앞에 자기 무력함을 정직하게 시인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힘이 빠졌을 때가 아닙니다. 힘이 없으면서도 아무 문제 없는 척 버틸 때 영혼은 소리 없이 무너집니다.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연약함을 숨기지 않고 겸손하게 두 손 드는 자를 통해 일하십니다.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기도로 함께 무릎 꿇는 겸손이 거룩한 싸움의 첫 단추입니다.
하나님이 구원을 이루시는 방식은 세상과 정반대입니다. 세상은 힘센 영웅을 무대 한가운데 세우지만, 하나님은 사람의 힘을 철저히 빼버리십니다. 드보라는 이번 전쟁의 영광이 한 여인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가나안의 무적 장군 시스라는 다볼산의 정예 부대가 아니라, 방심하고 잠든 사이 이름 없는 여인 야엘의 텐트 말뚝에 쓰러졌습니다. 구원은 칼을 쥔 자의 완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똑똑히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이 반전의 역사는 골고다 언덕 십자가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사람들은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는 예수님을 보며 실패자라고 손가락질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세상이 보기에 가장 약하고 수치스러운 십자가 죽음을 통해 죄와 사망의 권세를 무너뜨리셨습니다.
바락이 자기 이름을 내려놓았을 때 구원이 이루어졌듯, 예수님이 자기를 비워 죽기까지 복종하셨을 때 영생의 길이 열렸습니다. 바락의 순종 속에는 인간의 자랑을 꺾고 십자가 보혈로 승리하시는 구속의 은혜가 새겨져 있습니다.
결론: 떨리는 손 그대로 십자가를 쥐고
바락은 처음부터 칼을 휘두르던 대단한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두려움에 다리를 떨었고, 곁에서 손잡아 줄 사람이 없으면 한 발짝도 못 떼겠다고 버텼던 참 흔하고 연약한 인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런 바락을 비겁하다며 내치지 않으셨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 신약성경 히브리서 11장의 믿음의 장을 펼쳐보면 기드온이나 다윗 같은 인물들 곁에 바락의 이름이 당당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주님은 흠 없는 믿음만을 쓰시는 분이 아닙니다. 비록 두려움에 떨릴지라도 주님의 도우심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매달리는 그 실낱같은 믿음을 기어이 품으시고 구원의 도구로 빚어내십니다.
오늘 아침 내 초라한 믿음 때문에 주눅 들 이유가 없습니다. 떨리는 손 그대로 십자가를 붙드십시오. 그리고 내 연약함보다 크신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오늘 하루의 첫걸음을 믿음으로 내딛기를 축원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주님, 눈앞에 버티고 선 삶의 철 병거 앞에서 우리가 가진 밑천과 연약함을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헛된 자존심을 내려놓고 오직 주님의 동행하심만을 간절히 구합니다. 떨리는 손 그대로 십자가를 붙드오니, 오늘 하루 우리 곁에 바짝 붙어 함께 걸어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함께 할 기도
- 오늘 하루도 나를 떠나지 마시고 함께 하여 주소서.
- 나의 연약함을 긍휼히 여기시고 믿음의 동역자를 붙여 주소서.
- 나의 이름이 아니라 오직 예수님의 이름만이 드러나게 하소서.
-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은혜를 우리에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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