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묵상] 사사기 12장 1절-15절, 말투 하나로 내 편 네 편 가르던 날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

[9월 27일 묵상] 사사기 12장 1절-15절, 말투 하나로 내 편 네 편 가르던 날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



사사기 12장 1절-15절, 말투 하나로 내 편 네 편 가르던 날



함께 할 찬송


  • 새 찬송가 220장, 사랑하는 주님 앞에
  • 새 찬송가 333장, 충성하라 죽도록


서론


새벽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옷깃을 여미게 만듭니다. 성도님들,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사투리나 억양 때문에 가볍게 웃고 넘겼던 기억들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경상도의 투박한 말씨와 전라도의 구수한 가락, 충청도의 느긋한 말끝이 한데 섞이면 처음엔 정겹다가도, 자칫 마음이 상하면 “저 동네 사람들은 원래 저래” 하며 뼈 있는 소리가 툭 튀어나오곤 하지요. 웃자고 시작한 고향 이야기나 사소한 말버릇 차이가 순식간에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밥상머리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렸던 경험, 한 번쯤 겪어보셨을 줄 압니다.

참 묘합니다. 가벼운 말 한마디에서 피어난 섭섭함은 내버려 두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이웃이나 심지어 피를 나눈 형제 사이에도 건너지 못할 깊은 골을 파놓습니다.

나이가 지긋해지고 인생의 연륜이 쌓일수록 마음의 품도 덩달아 넉넉해지면 참 좋을 텐데, 우리는 종종 내가 살아온 방식과 신앙의 연조, 손에 쥔 기득권을 은근한 잣대로 삼아 상대를 슬그머니 내려다보곤 합니다.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쉽게 편을 가르고, 조금만 거슬려도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는 못난 본성이 불쑥 고개를 쳐듭니다.


본론


우리가 읽은 본문 역시 하나님의 한 백성이라 자부하던 이스라엘 안에서 벌어진 비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깥의 대적 암몬과의 싸움이 겨우 끝났는데, 이번에는 한 핏줄인 에브라임과 길르앗이 서로를 향해 핏발 선 눈으로 칼을 겨누고 마주 섰습니다. 내 우월감을 지켜내려다 한 형제의 가슴에 깊은 비수를 꽂아버린 이 아픈 역사 앞에, 오늘 이 새벽 우리의 마음을 정직하게 비추어보기를 원합니다.


[9월 27일 묵상] 사사기 12장 1절-15절, 말투 하나로 내 편 네 편 가르던 날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


1. 뿌리 깊은 우월감으로 멸시하지 마십시오.

우리 함께 4절을 읽겠습니다.

  • 사사기 12:4, 입다가 길르앗 사람을 다 모으고 에브라임과 싸웠으며 길르앗 사람들이 에브라임을 쳐서 무찔렀으니 이는 에브라임의 말이 너희 길르앗 사람은 본래 에브라임에서 도망한 자로서 에브라임과 므낫세 중에 있다 하였음이라

여기서 에브라임 사람들이 길르앗 사람들을 깔보며 던진 ‘도망한 자’라는 표현은 히브리어로 ‘펠리테이(פְּלִיטֵי)’입니다. 갈 곳 없이 떠도는 탈출자, 근본 없이 흩어진 난민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에브라임은 순수한 정통 혈통이라는 헛된 자부심에 취해, 요단 동편 험한 땅에서 거칠게 살아온 길르앗 사람들을 뿌리 없는 서출이자 비겁한 도망자로 낙인찍어 버렸습니다.

에브라임은 요셉의 둘째 아들이었지만 야곱의 큰 축복을 넘치도록 받았던 명문 지파였습니다. 하나님이 베푸신 축복을 겸손한 섬김으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다른 형제를 억누르는 교만의 몽둥이로 휘둘렀습니다. 정작 나라가 위기에 처해 암몬과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더니, 승리의 영광이 길르앗에게 돌아가자 오랜 족보를 끄집어내며 상대의 상처를 후벼 팝니다.

은혜의 뿌리를 잊은 신앙인은 이처럼 내 손에 쥔 종교적 기득권을 앞세워 이웃의 모자란 부분을 찌르는 가시가 됩니다. 하나님이 주신 은총을 우월감의 발판으로 삼는 순간, 믿음의 공동체는 서로를 물어뜯는 아수라장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우리가 먼저 누린 믿음의 연조와 봉사의 직분, 삶의 경험은 결코 남을 내려다보라고 주신 계급장이 될 수 없습니다. 연약한 지체의 아픈 구석을 말없이 덮어주고 보듬으라고 주님이 먼저 맡겨주신 사랑의 빚입니다. 내 입술 끝에 묻어 있는 은근한 무시와 우월감의 먼지를 이 새벽 주님 발치에 털어 놓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9월 27일 묵상] 사사기 12장 1절-15절, 말투 하나로 내 편 네 편 가르던 날 - 매일성경 큐티 새벽예배설교문


2. 다름을 잔인한 칼날로 정죄하지 마십시오.

에브라임과 입다의 무리들 사이에 결국 큰 비극이 일어납니다. 6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 사사기 12:6, 그에게 이르기를 쉽볼렛이라 발음하라 하여 에브라임 사람이 그렇게 바로 말하지 못하고 십볼렛이라 발음하면 길르앗 사람이 곧 그를 잡아서 요단 강 나루턱에서 죽였더라 그 때에 에브라임 사람의 죽은 자가 사만 이천 명이었더라

요단강 나루턱에서 동족의 목숨을 앗아갔던 잔혹한 시험 단어 ‘쉽볼렛’은 히브리어로 ‘쉬볼레트(שִׁבֹּלֶת)’입니다. 거센 물줄기나 이삭을 뜻하는 평범한 낱말입니다. 요단 서편에서 나고 자란 에브라임 사람들은 사투리 탓에 첫 자음인 ‘쉬’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스’로 발음했습니다. 혀끝의 억양 하나, 발음의 사소한 차이 때문에 나루턱을 건너지 못하고 형제의 칼날 아래 목숨을 잃었습니다.

길르앗 사람들은 목숨을 건지려고 도망쳐 온 형제의 말문을 막아서며 날 선 칼을 목에 들이댔습니다. 그저 발음 하나가 내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려 사만 이천 명을 피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적군 암몬 족속을 대할 때보다 같은 피를 나눈 형제에게 훨씬 더 서슬 퍼런 살기를 내뿜은 셈입니다.

내 잣대에 들어맞지 않는 상대를 조금도 품어내지 못하는 배타성은 이토록 잔인합니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몰아붙이고 내 생각만을 정답이라 고집하는 곳에서는, 생명이 흘러야 할 은혜의 강턱마저 억울한 피가 고이는 도살장으로 바뀝니다.

골고다 언덕에서 우리를 바라보시던 십자가의 예수님을 기억해 보십시오. 주님을 조롱하며 옷을 벗기고 못을 박던 군병들과 종교 지도자들을 향해, 주님은 옳고 그름을 따져 묻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며 심장이 찢기는 아픔 속에서도 원수들을 품어 안으셨습니다.

조금만 다르면 칼을 겨누고 배척하는 살벌한 세상 한복판에서, 주님은 당신의 몸을 제물 삼아 둘 사이에 가로막힌 미움의 담을 허무셨습니다. 죽어 마땅한 십볼렛 발음의 죄인인 우리를 살리기 위해 친히 생명의 다리가 되어주셨습니다.

서로 다른 말투와 성격, 각자 살아온 서툰 삶의 모습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고 죽일 듯이 대하는 자세는 예수님의 은혜를 잊어버린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이 빚어내신 다양한 은혜의 조각들입니다. 내 기준과 조금 어긋난다고 해서 형제를 쉽게 판단하고 정죄하던 마음의 날을 십자가 밑에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가 깃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결론


성도 여러분! 에브라임이 품었던 교만한 우월감의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었고, 사소한 다름을 참아내지 못한 길르앗의 편협한 잣대가 사만 이천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두 무리 모두 형제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웃을 내 기준대로 재단하는 심판관의 자리에 설 수 없으며, 오직 주님의 십자가 긍휼만을 한없이 빚진 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셔서 마주할 가족과 이웃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십시오. 나와 말이 통하지 않고 사소한 습관 하나가 눈에 거슬릴 때, 혀끝까지 차오르는 비판과 핀잔을 딱 삼 초만 삼키고 숨을 골라주십시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쏘아붙이는 대신 “그동안 참 고단했겠구나” 하며 서툰 모습 그대로를 안아 주시기 바랍니다. 식탁에서 식구의 실수를 너그럽게 눈감아주고, 일터에서 손이 느린 사람의 짐을 묵묵히 덜어주는 그 소박한 배려에서부터 하나님의 나라가 자라납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고요한 새벽, 무릎 꿇어 주님의 얼굴을 구하는 성도 여러분. 발음 하나로 목숨을 가르던 세상의 서슬 퍼런 요단 강가를 벗어나, 우리의 온갖 흠결을 보혈로 덮어주신 주님의 품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십시오. 거친 내 잣대를 내려놓고 이웃의 연약함을 온유하게 감싸 안는 여러분의 그 복된 걸음 위에, 성부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십자가로 화평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상한 심령을 싸매시는 성령님의 평안이 오늘 하루 온전히 머물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사랑의 하나님, 내 손에 쥔 기득권과 묵은 편견으로 형제를 쉽게 판단하던 교만을 십자가 앞에 털어놓습니다. 나와 다른 모습을 틀린 것으로 정죄하지 않게 하시고, 이웃의 연약함을 보듬는 넉넉한 품을 허락하옵소서. 날 선 말을 멈추고 주님의 온유함으로 상처를 싸매는 하루가 되게 이끄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함께 할 기도


  • 우월감과 교만한 잣대를 십자가 앞에 내려놓게 하소서.
  • 사소한 다름을 정죄하지 않고 서로의 연약함을 품게 하소서.
  • 날 선 말 대신 온유한 위로로 이웃의 상처를 싸매게 하소서.
  •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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